[하프타임] 예술인·시민이 모두 행복한 거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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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ai주식/주식ai : 인디(Indie). 어떠한 자본의 지원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음반이나 영화를 제작하는 것으로,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약자다. 그렇기에 인디 음악은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던 중 올해 대구에선 보수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인디 밴드 공연을 활성화하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12일 산하기관장 회의에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디밴드가 대구는 서울 다음으로 많다고 알고 있다. 신천 수변 무대에 인디밴드 공연을 활성화해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도록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홍 시장이 언급한 이 통계는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운영하는 씬디라운지가 발표한 ‘한국 인디 뮤지션의 현황 보고서’에 나온 것이다. 물론 통계만 보고 대구 인디 뮤지션의 활동이 지방에선 가장 활발하다고 단정 짓긴 어려울 수 있다. 밴드의 경우, 결성과 해체, 활동 중단을 반복하기 때문에 통계로 이들의 활동을 파악하는 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밴드 음악이 가장 활성화됐던 시기인 2000년대 초중반에 비하면 현재 젊은 사람들에게 록보다는 힙합이 인기가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구에 클럽 헤비, 락왕 등 라이브 공연장이 운영 중이고, 다양한 장르의 인디 뮤지션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거리 공연을 시 정책 차원에서 마련하는 것은 어색하진 않다. 대구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존재감을 각인시킨 지역 인디 뮤지션도 적지 않다. 펑크 밴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은 지역 인디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지난 2월부터 한 달여간 북미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 또 최근 달서아트센터, 아양아트센터, 어울아트센터 등 지역 공연장에서 인디 뮤지션이 참여하는 축제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최근 신천 수변무대에선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대구시립예술단의 공연도 활발하다. 매주 각기 다른 대구시립예술단 단체가 참여한다. 교향악단, 합창단, 국악단, 무용단, 극단, 소년소녀합창단으로 구성된 예술단 특성상 클래식·연극·국악·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시민들이 접할 수 있다. 공연을 준비하는 이들로선 다소 수고로움이 있긴 하지만, 풀 편성 오케스트라 등 단원 전체가 참여하는 공연은 신천을 산책하던 시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동성로 28아트스퀘어에서도 대구시립예술단 공연, 청년 예술인이 참여하는 버스킹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 이어지고 있는 거리 공연은 밋밋하기만 한 도시 풍경에 새로운 색채를 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물론 대구에서 거리 공연이 처음 이뤄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숙련된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는 시립예술단의 공연은 시민들에게는 몰랐던 예술 장르를 접하고, 더 알아가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실내 공연장에서 공연도 매우 즐겁지만, 무대와 멀리 떨어진 객석이 아닌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보는 공연은 더욱더 생생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단체장의 지시로 시작된 만큼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의 공연으로 그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적 위주로 공연을 해나가다 보면 예술인을 존중하지 않는 상황이나 과거 논란이 된 ‘노 개런티(무보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공연 전·후 미비한 점을 파악해 보완하고, 공연의 주인공이 행정보다는 예술인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예술인과 시민 모두 행복한 공연이 되지 않을까.
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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